변화의 시대: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피어나는 불완전한 아름다움
KUKJIN LEE 🚀
1개월 전
인생은 결코 완벽한 상태로 유지되지 않는다.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우리는 그 흐름 속에서 때로는 예측하지 못한 변화를 겪으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머스크가 쏘아올린 일본의 전통적 미학 개념인 ‘와비사비’(侘・寂)는 이러한 불완전성과 변화의 속성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태도를 담고 있다. 와비사비는 완벽함이나 화려함을 추구하기보다, 결함 속에서도 발견되는 가치와 단순하고 소박한 미를 중시한다. 이는 한 번 정해진 형태나 규칙에 매몰되지 않고, 긴 세월을 거치며 탈바꿈하는 사물과 상황 안에서 자연스러운 매력을 포착하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전통적 개념만 지키는 건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메이지 유신과 같은 근대화 운동은 일본 사회를 크게 변혁시켰으며, 이는 당대인들에게 낡은 질서와 새로운 문물이 충돌하는 격변기를 의미했다. 과거의 가치를 완전히 뒤엎는 대신, 본질적인 것을 남기면서도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을 것이다. 혼란과 불완전성 속에서 사람들은 미래를 모색하고, 변화의 과정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며, 독특한 문화와 산업구조를 형성해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맞이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이 주도하는 변화는 전통적 가치관과 산업 기반에 도전장을 내민다. 그 과정에서 옛것이 낡고 쓸모없어 보일 수도 있고, 동시에 새로운 기술이 어색하거나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와비사비가 알려주듯, 완전히 새로운 것만이 답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전통과 미래를 대립시키지 않고, 두 가치를 균형 있게 담아내며 변화의 속성 자체를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태도다.
단순히 문화적 차원에서만 이야기가 하고 싶은게 아니다. 세계 각국의 도시들은 창업 생태계와 산업구조를 끊임없이 재편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스타트업 세계도시 순위’를 살펴보면,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나 뉴욕, 영국의 런던과 같은 전통적인 혁신 도시들이 여전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 도시들은 오래전부터 형성된 기업 생태계, 투자자 네트워크, 인재 풀 등 전통적 강점을 토대로, 기술 발전과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스스로를 재구성해왔다.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는 도시들도 많다.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 인도의 뱅갈루루처럼 급성장한 아시아 거점들은 전통적 문화와 신기술을 결합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서울 또한 그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할 만하다. 스타트업 세계도시 순위에서 21위를 기록한 서울은, 과거의 산업화 경험과 탄탄한 제조·인프라 기반 위에 AI, 빅데이터, 바이오 기술 등 새로운 영역에서 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AI 도래라는 격변의 시기는 필연적으로 옛것과 새것이 뒤섞이는 과도기를 만든다. 그러나 이 혼돈 속에서 ‘와비사비’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과거를 단절해버리지도 않고, 새로운 변화를 맹목적으로 거부하지도 않는 태도로 결함과 불완전성, 낡음과 새로움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안목이야말로 앞으로의 시대를 맞이하는 데 필요한 자세일 것이다.